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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론보도
    • “억류된 길고양이를 구출하라” - 한겨레21

      2012-11-18

       
       
      “억류된 길고양이를 구출하라”

      한강맨션의 ‘고양이 엄마’들은 왜 새벽에 지하실 철문을 뜯었을까… 주기적 먹이주기와 불임수술·입양으로 공들인 노력은 물거품되는가
       
      ▣ 글·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 사진·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고양이는 봄과 같은 품새를 지녔다. 시인 이장희의 ‘봄은 고양이로다’의 시구처럼 “꽃가루와 같이 부드러운 고양이의 털에 고운 봄의 향기가 어리우”고 “포근한 봄 졸음”이 떠돈다. 그러나 흔히 ‘도둑고양이’로 불리는 길고양이에겐 봄의 여왕 같은 풍취가 없다. 꾀죄죄한 얼굴, 윤기 잃은 털, 잘린 수염과 상처 난 몸뚱이를 지니고 동네 어귀를 숨어다닌다. 불쑥 튀어나와 사람을 놀래고, 밤이면 교미음으로 불쾌하게 만든다.

       
      △ 한강맨션 길고양이 냉삼이의 거처는 지하실이다. 최근 지하실에서 전기사고가 나고 악취가 풍겨 폐쇄 여부를 두고 논란을 벌이고 있다.
       
       

      서울 동부이촌동 한강맨션. 이곳의 길고양이들은 비교적 깨끗한 품새를 지니고 있다. 아파트 주민 차명임(48)씨는 32동 앞에서 하얀 색의 ‘페르시아 출신’ 도둑고양이를 가리켰다. 차씨가 반갑다고 ‘야옹’ 하자 고양이가 다가와 꼬리를 올리고 ‘야옹’ 했다.

      측은지심 의기투합, TNR 프로그램

      “쟤가 냉삼이에요. 3년 전 아파트에 살던 미국인이 버리고 간 암컷이죠. 냉삼이는 뒤늦게 길바닥에 나앉아 고양이 무리에 끼질 못하고 왕따로 살고 있어요.”
      놀랍게도 차씨는 한강맨션을 쏘다니는 고양이들의 이름과 내력을 알고 있었다. 이런 ‘고양이 엄마’들은 차씨뿐만이 아니었다. 2003년 가을에 모인 ‘한강맨션 동물을 사랑하는 모임’(한동사). 한강맨션 주민과 이웃을 포함해 1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처음에는 삐쩍 마른 고양이가 불쌍해 밥을 주기 시작했는데, 그런 사람들이 주변에 또 있다는 것을 알고 자연스럽게 모이게 된 거죠.”
      그때부터 고양이 밥 주기는 체계적으로 바뀌었다. 한 명이 두 동씩 맡아 사흘에 한 번씩 먹이와 물을 줬다. 생선 찌꺼기 같은 잔반 대신 사료를 고양이가 지나다니는 길목에 놓았고, 먹이 기간도 엄격히 지켰다. 인간의 체계적 관리를 받기 시작한 고양이는 성질이 온순해졌고, 사람을 잘 따르기 시작했다. 한동사에서 ‘새댁’이라고 불리는 김현정(39)씨의 말이다.
      “단지 밥만 줘서는 안 되고, 개체 수를 감소시키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았지요. 그래서 길고양이들이 새끼를 낳으면 데려다가 사진을 찍고 인터넷에 올려 입양 신청을 받았어요.”
      성질이 온순한 다 큰 고양이는 불임수술을 시킨 뒤 방사하거나 같은 방식으로 입양시켰다. 불임수술은 근처 이촌동물병원과 백산병원이 도움을 줬다. 이렇게 해서 새 주인을 찾은 고양이가 30여 마리. 차씨는 “2003년만 해도 길고양이가 60마리쯤 됐는데, 지금은 35~40마리로 줄었다”고 말했다.
      측은지심에서 나온 의기투합이었지만, 10여 명의 고양이 엄마들의 활동은 다름 아닌 ‘TNR’ 프로그램이었다. TNR은 고양이를 포획(trap)해 불임수술(neuter)을 시킨 뒤 제자리에 방사(return)시키는 선진국형 길고양이 관리 프로그램이다. 불임수술을 시킨 길고양이는 공격성이 현저히 줄어들고 특유의 교미음도 내지 않는다. 불임수술로 인해 번식이 가로막혀 고양이 개체 수는 장기적으로 감소하게 된다.
      그러던 이들에게 벼락같은 일이 떨어졌다. 아파트 운영위원회에서 전기시설이 있는 지하실 9곳을 폐쇄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마침 고양이가 전기시설을 건드려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정전사고가 있었고, 지하실에서 풍기는 악취에 대한 불만도 쏟아졌다. 지하실은 고양이가 사람을 피해 머무르는 곳이었다.
       
      △ 중성화 프로그램으로 관리되는 길고양이들은 온순하고 사람에 친화적이다. 5월8일 새벽 구조된 새끼 고양이 샤샤가 고양이 엄마들과 외출을 나왔다(맨위).
       
       
      “동 대표 회의 때 우리를 불렀어요. 칭찬받을 줄 알고 갔는데, 우리가 밥을 줘서 고양이를 끌어들인다는 거였어요.”
      그러면서 이 사건은 인터넷에서 동물애호가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한강맨션 고양이 억류사건’으로 번졌다. 5월2일 운영위 쪽에서 고양이가 가장 많은 36동 지하실 철문을 용접해, 고양이가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감금’한 것이다. 대신 지하실 안에 덫을 설치해 덫에 걸린 고양이만 꺼내 유기동물보호소에 보내기로 했다. 길고양이는 유기동물보호소에 가면 안락사당하기 때문에 고양이 입장에선 지하실 안에서 굶어죽든지 덫에 걸려 안락사를 당하든지 둘 중 하나였다. 동물애호가들은 “비인도적인 처리 방식”이라며 용산구청 홈페이지에서 사이버 시위를 벌였다. 용산구청이 중재에 나섰으나 실패했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주민들이 풀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아파트 운영위 쪽에선 “폐쇄하기로 한 나머지 지하실의 고양이들을 빨리 내보내라”고 말했고, 고양이 엄마들은 “고양이 습성에 대한 무지에 따른 오해”라고 맞서고 있다.

      길고양이는 이미 도시 생태계의 일원

      길고양이는 인간들이 기르다 버린 존재다. 1971년 서울 최초의 고급 아파트로 지어져 부유층이 살았던 한강맨션의 길고양이들도 그래서 페르시안 고양이 계통의 잡종이 대부분이다. 인간은 과연 길고양이를 도시의 이웃으로 인정할 수 있을까. 좋든 싫든 길고양이는 이미 도시 생태계의 일원으로 살아가고 있다. 전철민 동물구조협회 사무국장은 “한강맨션은 민간 차원에서 의미 있는 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아쉽게 됐다”고 말했다.
      고양이 엄마들은 5월8일 새벽 철문을 뜯었다. 지하실을 훑으니 한 달 반짜리 노란색 얼룩 고양이와 갓 태어난 새끼 3마리가 울고 있었다. 이 중 1마리는 ‘샤샤’라는 이름이 생겼고, 이미 길러줄 사람이 기다리고 있다.